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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에서 소란을 피우면 어떻게 될까?

by 프레임 2022. 4.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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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9월 어느날의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법정, 한 피고인이 [무고,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의 범죄내용에 대한 최종 판결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윽고 판사가 주문을 읽기 시작하고, 징역 1년을 선고한 후, 상소기간 등에 관하여 고지하려고 하였다. 피고인은 이에 반발하여, 욕설을 하기 시작하였고, 교도관들은 피고인을 붙잡아 법정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가, 재판장의 명령에 따라 피고인을 다시 법정 안으로 데려왔다. 다시 돌아온 피고인은 지속적으로 법정을 모욕하는 발언을 하였고, 이에 판사는 주문을 처음부터 다시 읽기 시작했다. 두 번째 읽는 판결문에서 주문은 기존 징역 1년에서 징역 3년으로 바뀌어 선고되었다.

 
이에 피고인은 [무고,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의 1심 판결에 대하여 사실 오인과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하였고, 더하여 1심 판결의 위법을 다투고자 하였다.
 
항소심에서는 사실 오인을 인정하지 않고, 더불어 1심 판결에는 위법이 없다고 하였다. 다만, 피고인의 정상을 참작하여 1심 형량이 다소 무겁다고 보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2년을 선고하였다.』
 
과연 판사가 선고를 하다가 위 사건처럼 형량을 바꿀 수 있는 것인가?
 

우리 형법 제138조는 국회나 법원(재판)에서 모욕하거나 소동한 자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게 한다. 위 법리가 1심 재판의 형량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사실 1심 재판에서 피고인의 죄목은 단 세 개이다. 무고,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위 죄목들로 피고인을 형법 제37조 전단에 따라 경합범으로 처리하면 권고형이 징역 6월 ~ 징역 3년 8월이 나온다. 따라서 판사가 징역 1년을 선고하나 3년을 선고하나 사실 양형기준에는 부합하는 것이다.
 
다만 권고형 범위내에서 형을 선택할 때는 피고인의 정상 등을 유리한 정상과 불리한 정상으로 참작하여 선고형을 결정하게 된다. 이에 기존 1심 판사는 모든 정상을 종합하여 징역 1년을 선고하려고 했던것이다. 그러나, 피고인이 난동을 부림으로써, 참작 사유에 변동이 생기게 되었다. 이 경우, 판사로서는 형법 제138조로 피고인을 고발하던가, 위 난동 사유를 현재 판결에 참작하던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이에 판사는 고발하는 대신, 불리한 정상에 법정모욕을 추가하여 형량을 기존 징역 1년에서 3년으로 변경하였다.
 
법리상, 재판장이 주문을 읽는것부터 시작하여, 상소기간, 상소법원등을 고지하고, 때에 따라 형사소송규칙 제 147조에 의해 피고인에게 훈계까지 마친 다음, 최종적으로 피고인에게 퇴정을 명해야 그 재판이 완전히 종료되는 것이다. 따라서, 판사가 판결문을 낭독하던 중, 피고인의 난동으로 인하여 중간에 낭독이 멈추었을 경우, 이는 판결이 선고된것으로 볼 수 없어 양형의 변동이 가능하다는게 법원의 입장이다
 
혹자는 말한다. "이건 판사의 갑질 아닌가?". 다만, 법원모욕/법정모욕은 한국 뿐 아니라 다른 많은 나라들도 엄하게 처벌한다. 영국, 미국, 독일, 싱가포르, 프랑스, 일본 등 국가에서 법정모욕죄를 적용하고 있고, 국제재판소에서도 법원모욕행위를 하면 처벌받게 된다. 
 
법정모욕의 기준은 각 나라별로 상이하지만, 공통적으로는 재판에 영향이 가는 행위는 일체 금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독일 법정에서는 변호사도 드레스코드에 맞춰서 옷을 입어야한다는것이다. 옷을 제대로 갖춰입지 않으면 판사가 법정모욕죄를 적용하여 공판절차에서 아예 변호인을 제외해버린다. 실제로, 넥타이를 매기 거부했던 변호사가 절차에서 제외된 적이 있다 《Mannheim 27. 01. 2009 - 4 Qs 52/08.》물론 논란이 많은 규정이긴 하다
 
법정모욕 등 피고인의 태도나 기타 사유로 판사가 판결을 번복하는 사례는 다른 나라에서도 있었다. 아래 미국과 일본의 사례를 본다
 
미국
1. United States v. Meza, 620 F.3d 505 (5th Cir. 2010) - 판사가 양형의 범위를 이탈하여 선고하였다가 변호인의 지적으로 판결을 번복한 적이 있다. 연방항소법원에서는 번복된 판결이 유효한 판결이라고 인정하였다
 
2. United States v. Gerezano-Rosales, 692 F.3d 393 (5th Cir, 2012) - 피고인이 영어를 못한다고 해 통역을 붙여줬다. 결과적으로 양형기준(51개월 ~ 71개월) 에서 71개월을 선고하였다. 이에 피고인이 형이 너무 무겁다고 영어로 항의하였다. 이에 1심 재판장은 피고인의 태도가 불량하다는 이유로 71개월에서 108개월로 형을 변경하여 다시 선고하였다. 다만 이에 대해 연방항소법원은, 형을 변경한 행위 자체에는 문제가 없으나, 태도를 이유로 2년 넘게 형을 늘린건 너무 과하다고 지적하였다
 
3. United States v. Ochoa, 809 F.3d 453 (9th Cir, 2015) - 피고인이 보호관찰에 성실히 응하지 않아 이에 관하여 다시 형을 선고받게 되었는데, 처음에 판사는 12개월 1일을 선고하였다. 이 때, 피고인이 판사를 비웃는 듯한 태도를 보이자 판사는 곧바로 형을 최장기간인 2년으로 바꾸어 다시 선고하였다. 이에 피고인이 연방항소법원에 항소하였지만, 판결 선고까지 피고인이 보인 태도를 종합하여 형을 결정할 수 있다는 이유로 2년이 위법하지 않다면서 항소기각 판결이 나왔다
 
4. Penelope Soto 사건 - 마약소지로 인한 재판 도중 보석을 위한 재판에서, 판사는 피고인에게 보석금 책정을 위한 여러 질문을 했지만 피고인은 계속 장난식으로만 대답하였다. 판사는 보석금 5,000달러를 선고한 후 퇴정해도 좋다는 의미로 bye-bye라고 했는데, 피고인은 adios라고 대답하였다(판사가 히스패닉계였고, 스페인어 악센트가 있었는데 조롱의 의미로 한 것). 이에 판사는 법정 밖으로 나가려던 피고인을 다시 돌아오게 한 후, 보석금을 10,000달러로 바꾸어 선고하였다. 이에 피고인은 판사에게 'fuck you'라고 욕하며 법정을 이탈하려 했으나, 판사가 다시금 불러와 피고인을 법정모욕죄로 30일의 실형에 처하였다
 
일본
1. 최고재판소 제1소법정 (아) 제2427호 소화 51년 11월 4일 판결 - 판사가 죄에 대하여 피고인에게 징역 1년 6월, 보호관찰부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였다. 이 때, 서기관이 피고인은 종전 보호관찰 기간중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지적하였고, 이에 판사는 기록을 다시 검토해 본 후, 약 5분 후에 앞선 판결이 잘못되었다고 하면서 피고인에게 징역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하였다. 이에 피고인은 항소했으나 기각되었고, 상고하였다. 일본 최고재판소는, 판결의 선고를 위한 공판기일이 종료되기 전 까지는 판결이 확정되어 변경할 수 없게 되는게 아니므로, 형을 바꾸어서 선고하였다고 해도 문제가 없다고 하였다. 다만, 피고인은 집행유예를 받을 수 있는 상태였는데 판사가 착오로 실형을 선고한것이므로, 기존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1년6월, 보호관찰부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였다.
 
이와 같이 법정에서 모욕이나 소동하는 행위는 피고인 본인에게 아주 불리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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