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 처음 보는 여잔데
꼭,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온 여자 같아요.
그 여자에 대한 단상이
아무 때나 머릿속에서 막 떠오르는데,
왠지 그 여자랑 엄청나게
엮일 것 같은 느낌이에요.
이미 엮여있는 것 같기도 하고.
난, 안 죽어요.
내가 요즘 가장 원하는 게 죽는 건데,
내가 원하는 건 항상 안 이루어지거든요.
그니까.. 난 안 죽어요.
세상에서 자기가 제일 불행하다고
생각하면 안 돼요.
왜냐면 내가 제일 불행하니까.
어떻게든... 그냥 살아요.
피투성이라도 그냥 살아요.
살아남는 게 이기는 거야.
난 내가 여기서 좀만 더
괜찮아지길 바랬던 거지,
걔가 되길 원한 건 아니었어요.
난 내가... 여전히 애틋하고... 잘 되길 바래요.
여전히.
누가 나한테 말 좀 해줬으면 좋겠어요.
그거 아무것도 아니라고,
결혼 전날 차인거.
그거 아무것도 아니라고.
그게 어떻게 아무것도 아니야.
세상이 나한테 사망선고 내린 기분,
우주에서 방출된 기분,
쫓겨난 우주에서 아양 떨면서
빌붙어 살아야 하는 기분,
그게 어떻게 아무것도 아니야.
난 결혼식 당일날 차였어.
한대 맞고 쓰러진 거야,
좀 쉬었다가 일어나면 돼.
별일 아니라는 말보다,
괜찮을 거란 말보다,
나랑 똑같은 상처를 가진
사람이 있다는 게 백배 천배 위로가 된다.
한대 맞고 잠시 쓰러져 있던 것뿐.
일어나자 해영아.
일어나자.. 해영아.
생각해보면 '다 줄 거야' 하고
원 없이 사랑한 적이 한 번도 없다.
항상 재고, 마음 졸이고,
'나만 너무 좋아하는 거 아닌가' 걱정하고.
이제 그런 짓 하지 말자.
정말 마음에 드는 사람 만나면
발로 채일 때까지 사랑하자.
꺼지라는 말에 겁먹어서
눈물 뚝뚝 흘리면서 조용히 돌아서는
그런 바보같은 짓은 다신 하지 말자.
꽉 물고 두드려 맞아도 놓지 말자.
아낌없이 다 줘버리자.
인생에 한 번쯤은,
그런 사랑해봐야 하지 않겠니.
마음이 울적할 때는
행복한 것들을 떠올려보아요.
행복한 것, 행복한 것.
이번에 보이는 영상은
그 여자가 내게 달려와요.
달려와서 내 품에 안겨요.
근데 만약에 여기서 내가
그 여자를 받지 않으면
그 여자를 끊어낼 수 있지 않을까.
근데, 이렇게 저렇게 피해도
결국 끊어지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에요.
그 여자가 자꾸
나를 풀어헤치는 느낌이에요.
그만 불행하고
이제 같이 행복하자고.
1급수에 사는 물고기와
3급수에 사는 물고기는
서로 만날 일이 없다.
1급수였던 예쁜 오해영은
1급수의 남자들을 만났고,
3급수였던 나는 3급수의 남자를 만났다.
결혼을 하기로 했던 태진 씨는
내가 만난 남자 중에 3급수가 아니었던 유일한 남자.
결국 그도 자기 급수의 여자를 찾아갔던 걸까?
박도경이 사랑했던 여자가
오해영이었다는 걸 안 순간,
그도 1급수라는 걸 알았다.
나는 절대 들어갈 수 없는
그들만의 리그.
다신 재지 않고
망설이지 않고
발로 채일 때까지
사랑하겠다고 다짐했지만.
옆집 남자 좋아하니까
좋은 거 하나 있네.
집에 일찍 들어오고 싶어진다는 거.
매일 술에 취해 뻗기 전까지
집에 들어오기 싫었는데..
나 생각해서 일찍 일찍 좀 다녀주라.
사랑은 바라지도 않는다.
나 심심하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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