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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 이슈, 일상

물에 밥 말아먹는건 상류층의 별미였다

by 프레임 2024.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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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밥을 말아 끼니를 때우는 음식 문화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일본과 중국에서도 오래전부터 있었는데
 

놀라운 사실은 세 나라 모두에서 이런 식사법은
 
근대 이전에는 손님에게도 대접할 만큼 허드레 음식이 아니었다는 점

일본에서는 오차즈케라는 어엿한 음식으로까지 발전하였다
 
어째서 물에 만 밥을 상류층은 즐겨 먹었을까?
 
 
 
 
과거에는 솥에 지은 밥을 바로바로 밥통에 옮겨서 먹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쌀도 지금처럼 품질이 개량된 쌀이 아니었을 뿐만 아니라
 
밥을 따뜻하게 보관하는 기술이 떨어졌기에 시간이 지나면 밥이 식을 수 밖에 없었다
 

식은 밥은 수분이 감소하고 녹말의 노화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식감이 떨어지기에

식은 밥을 맛있게 먹는 방법은 다시 덥히는 중탕을 하지 않는 한

뜨거운 물을 부어 밥을 데우거나 아니면 찬물을 붓더라도
 
수분을 새롭게 보충해 새 밥처럼 먹는 것이 방법이었다
 

 
옛날 한국과 중국, 일본에서 모두 물만밥이 발달했던 이유로는
 
중국은 고대부터 물에 밥을 말아 먹는 문화가 있었는데
 
한자에서도 그러한 음식문화를 확인할 수 있다. 한자 중 손(飧)이라는 글자는

옥편에는 보통 저녁밥 손이라고 풀이해놓았지만
‘물에 만 밥’이라는 뜻과 ‘묽은 밥’이라는 뜻도 있다

실제로 공자도 《예기(禮記)》에 공자가 “계씨(季氏)와 식사를 할 때 사양하지 않았으며
고기는 먹지 않고 물에 만 밥을 먹었다”고 나온다

 
 
당나라와 송나라 때에도 물에 밥을 말아 먹는다는 기록이 많이 있는데

당나라가 멸망한 후인 10세 무렵의 후당(後唐) 때 사람 유숭원이 쓴 〈금화자잡편(金华子杂篇)〉에
저녁밥을 먹기 전에 점심으로 수반(水飯) 몇 수저를 떳다는 기록이 있다

여기서 점심은 오찬이 아니라 정식으로 식사를 하기 전에 가볍게 먹는 간식이라는 뜻이니
물에 밥을 말아서 가볍게 요기를 했다는 의미다

 
일본 역시 진작부터 물에 밥 말아 먹는 식사습관이 있었는데
옛날 일본에서는 주로 상류층에서 물에 만 밥을 많이 먹었던 모양이다

임진왜란 직전에 일본을 통일한 장군 오다 노부나가가 즐겨 먹었던 음식도 물에 만 밥이었다

간소한 음식인 데다 빨리 먹을 수 있어 전쟁터로 출정하기 전에는 물에다 밥을 말아 훌훌 먹고 떠났다고 하는데
 

일본에서 찻물에 만 밥, 오차즈케가 아예 요리로 발전한 것은 임진왜란 이후인 에도시대 중반부터라고 한다

이전까지는 주로 상류층의 기호품이었던 차가 서민들도 마실 수 있을 정도로 일반화 되는데는
19세기의 일본 산업발전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당시 상점에서 일하는 하인들은 하루 종일 바쁘게 일을 해야 했기에 밥 먹는 시간조차 줄여야 했다

때문에 당시 상점 주인들은 종업원들이 식사를 빨리 할 수 있도록 밥에 찻물을 부은 후 한 두 가지 반찬을 곁들여 내왔다

오차즈케가 개화기 일본 산업의 발달과 함께 서민들의 패스트푸드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조선의 임금 성종의 경우는 무려 40일 동안 계속해서 물에 만 밥을 먹었다
성종이 왕위에 오르고 이듬해인 1470년에 심한 가뭄이 들었다

가뭄이 갈수록 심해지자 성종은 5월 29일에 교지를 내려
이제는 대비전과 대전 그리고 왕비가 있는 중궁전을 비롯해
각 궁전의 낮수라는 반드시 물에 만 밥(水飯)만 올리라고 했다

물에 밥을 말아 간단하게 식사를 하기 시작한 지 사흘이 지나자
신하들이 성종에게 건강을 해칠 수 있으니 이제는 물 만 밥을 그만 드시라고 간곡하게 청한다

그리고 6월 1일자 기록에는 수라상의 반찬을 줄인 지가 이미 오래됐고
또 낮에는 물에 만 밥으로만 수라를 드셨으니 선왕들도 그 정도까지는 하지 않으셨다며
그만 중지할 것을 요청한다

성종은 신하들의 요청에 세종 때에는 비록 풍년이 들었어도 물 만 밥을 수라상에 올렸는데
지금처럼 가뭄이 든 때에 물에 밥을 말아 먹는다고 해서 무엇이 해롭겠느냐며 신하들의 요청을 물리친다

7월 8일이 되자 정승과 승지들이 또 간청을 한다 비가 내려 가뭄도 어느 정도 회복이 되었으니
반찬을 원래대로 회복시키고 물 만 밥은 그만 드시라는 간청이다

그러자 성종은 반찬 수를 줄인 것이 반드시 가뭄 때문만은 아니었으며
지금도 수라상에 반찬이 남아돈다고 말하면서
점심 수라 때 밥을 물에 말아 먹는 것은 더운 날씨에 오히려 알맞은 일이라며 신하들의 청을 또 물리쳤다

백성들에게 모범을 보이려는 성종의 의지가 대단했다
 
 
물에 밥 말아 먹는 것은 우리나라만의 음식문화가 아니다
사실 밥 문화권에서는 공통적인 식사 습관이다

우리는 맹물에 밥을 말지만 중국과 일본은 주로 찻물에 밥을 마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물에 만 밥이 지금은 대충 먹는 음식이지만
옛날에는 끼니를 때우기 위해 후다닥 먹는 허드레 음식이 아니었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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