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광역시 동래구에 위치한 사직야구장.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홈구장으로,
1986년 개장한 이래로 35년간 수많은
롯데 팬들의 희노애락이 담긴 공간이다.
최근 롯데 구단 측에서 시즌 종료 후
사직야구장의 대개조를 고려하고 있다는 사실이
한 매체를 통해 전해졌다.
(출처 : 유튜브 '야구부장의 크보 핵인싸')
??? : 아 또 뜯어고치는거임?
뭐 맨날 야구장 새로지어 준다며 ㅋㅋㅋㅋㅋㅋ
그렇다. 부산의 야구장 신축 떡밥은
오랜 전통 중 하나다.
??? : 부산에도 메이저리그급 해변 야구장을 신축하겠습니다!!
선거철만 되면 대부분의 후보들이
야구장 신축-개보수 공약들을
남발하고 있다.
그러나 사직야구장은 그러는 동안
낡고 있고, 선수들이 기피하는 구장이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부산의 야구장 떡밥과 관련된
유구한 역사를 알아보고자 한다.
1. 구덕운동장, 그리고 롯데 자이언츠
부산 최초의 야구장은
서구 서대신동에 위치한 구덕 야구장이다.
1920년대부터 야구, 축구 등 종합 경기를
할 수 있는 운동장으로 구축된
부산종합운동장(구덕운동장)에 본격적으로
프로급 경기를 치룰 수 있던 때는
1973년부터이다.
고교야구, 실업야구 등으로 붐비던 야구장에
1982년부터 롯데 자이언츠가 자리잡으며
프로야구의 시작을 알렸다.
프로야구 원년 올스타전을 앞두고
야간 조명시설까지 설치하며 야구의 중심지임을
어김없이 과시했다.
이곳을 홈구장으로 쓰는 동안
롯데는 1984년 후기리그 우승과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두며
구단의 첫 우승을 구덕야구장과 함께했다.
그러는 사이 동래구 사직동에서는...
2. 새 종합운동장의 신설, 그리고 사직야구장
국내 최초 가변형 스탠드와
인조잔디를 설치한
사직야구장이 건설 중이었다.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을 모티브로 지은 구장이라
생긴 모양이 굉장히 흡사했다.
(현재 요코하마 스타디움은 외야쪽 스탠드 확장으로 많이 달라졌다)
참고할 모델이 있었기에 구장건설은
굉장히 빠르게 진행되었고,
1985년 말 완공한 이후 1986시즌부터
롯데의 홈구장으로 사용되었다.
1루, 3루 내야 쪽 가변 스탠드는
각각 450t으로, 10마력짜리 모터로
1분에 1미터씩, 총 40m를 움직여
야구장 말고도 축구, 미식축구, 필드하키 등
다양한 종목의 경기를 치룰 수 있었다.
(그러나 몇번 안쓰고 대부분 야구장으로 사용했다)
1986년 개장한 그해에
선동열과 최동원이 처음으로 맞붙었던 경기가
바로 사직야구장에서 열렸었다.
...
아무튼 이런 역사를 가지고 있던 사직야구장도
세월이 지나며 낡기 시작했다.
2006년에는 수많은 선수들의 부상을 야기했던
인조잔디가 천연잔디로 바뀌었고
2014년에는 전광판을 MLB 식 LED 전광판으로 교체하며
동시에 음향시설도 서라운드 스피커로 바꿨다.
(기존 스피커는 대형 스피커가 구장 전체로 쏘는 방식이었다)
2016년에는 조명탑 조명을 LED로 전면 교체하며
라이팅 쇼를 펼칠 수 있게 되었다.
(기존 조명은 껐다 켜는데 시간 오래걸림)
이외에도 여러 시설들 (배관, 좌석 등)의 개보수가
중간중간 계속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런식으로 고치는것도
사직구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었다.
야구장 외벽에 금이 가고, 철근이 튀어나오는 등
건물 안전성 자체가 떨어지기 시작했고,
비가 올 때마다 물이 새고
도저히 손 댈 수 없는 건물 하부의 배관 덕에
경기장 곳곳에 대형 바퀴벌레들이 출몰했다.
무엇보다 선수들이 플레이하다
외야 펜스 속으로 들어가거나,
불펜으로 들어가는 일이 생기기 시작했으며
19시즌에는 kt 강백호 선수가 수비를 하다가
그물망에 설치된 볼트에 자상을 입으며
손바닥을 꼬멘 사건이 발생했다.
이럴때마다 나오는 이야기가
'야구장 신축' 문제다.
3. 북항야구장? 돔야구장? 사직 보수?
부산시장 선거, 동래구청장 선거 등에
맨날 나오는 공약이 '야구장 신축' 문제다.
허남식 시장 때는 물론이요
서병수, 오거돈 시장 때도 야구장 공약은
빠진 적이 없었다.
당선 이후로 야구장 찾는건 일회성 이벤트로 끝났고,
그 뒤로는 야구장에 '야'자도 꺼내지 않았다.
당장 멀리 갈 것도 없이 이번 선거에서도
야구장 신축 공약들이 넘쳐났다.
예비후보 경선 단계에서도
해상 부유식 야구장, 돔야구장 등
다양한 야구장들이 '입으로는' 이미 다 지어졌다.
이들 중 제일 많이 나왔던 야구장이
'북항야구장'이다.
북항 재개발 부지에 야구장을 지어
샌프란시스코 오라클 파크와 같은
해변 야구장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물론 오페라하우스에 밀려
원래 계획했던 바닷가에 짓는건 불가능해졌고,
거기다가 롯데 측이 야구장은 커녕
오페라하우스 건립 기금으로 1000억을 내며
(그것도 야구장에서...)
과연 신구장에 대한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문을 야기했다.
현재는 북항 2단계 사업 미군 55보급창 부지에
짓는걸 목표로 하고 있다.
물론 어디까지나 '의견' 수준에 불과하다.
이외에도 현재 개발 중인 서부산 (에코델타시티),
이미 야구장을 흔적도 없이 밀어버린 구덕운동장,
롯데의 땅 기장 오시리아관광단지,
아시아드주경기장 철거 후 야구장 신축 등
야구팬들 사이에서는 여러 부지를 놓고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
그리고 돔야구장도 선거철마다 빠짐없이 나오는데
이번 선거에서도 모 후보가
'돔 야구장'을 주창하며 사직구장을 밀고
그 자리에 돔야구장을 지어 다목적으로 활용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었다.
그러나 돔야구장 특유의 엄청난 사업비,
그리고 운영에 들어가는 돈 등
가뜩이나 골치아픈 부산시 재정에
큰 짐이 될 요소들이 산적해
실현 가능성은 0에 가깝다고 봐도 된다.
정치권의 공수표 남발에 롯데 구단 측은
일단 있는 구장이라도 고쳐쓰자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 배경에는 투수들의 부진이 있었다.
사직구장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리그 전체 경기장들 중 홈런이 비교적
잘나오는 구장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경기장의 타자/투수 유불리 여부를 따지는
파크팩터도 사직구장은 당당히 상위권에 위치하며
타자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구장임을 보이고 있다.
(발사각, 타구속도 증가에 따라 높은 담장이 무용지물로 변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실제로 투수들의 성적이
원정 구장에서 더 좋은 경우들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당장 어제 완봉승을 거둔 박세웅도 원정 구장에서의 성적이 압도적으로 좋다)
그래서 외야 펜스를 뒤로 밀고,
외야석 아래 있던 실내 불펜을
익사이팅석 위치로 옮기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건물 안전등급진단에서 C등급이 나온만큼
과연 실현 가능할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
이렇게 부산시 야구장 상황과 관련된 역사와 소식을 알아보았다.
이번에도 야구장 신축, 대보수는 물건너간걸로 보인다.
그러나 언젠가는 부산에도 창원 NC 파크,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 같은
걸출한 야구장이 지어지길 기원하는 바이다.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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